충북대학교 민속연구회 홈페이지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분류 탈춤 이야기 | 풍물 이야기 | 문화 이야기 | 고전 이야기 |
글 내용 보기
음악이론서 ([예기] [악기]편)
 홍기성 
  | 2001·07·15 17:51 | 조회 : 4,624 |
<음악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서입니다. 풍물이 어떤구조로 되어 있는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풍물을 하는 우리로서는 꼭 숙독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술지 <음악과 민족> 제11호 1996

『禮記』 「樂記」의 '樂言篇'

- 음악학적 해석 -

민족음악학회

      1. 시작하는 말

      2. 번 역

      3. 음악학적 해석




1. 시작하는 말

'악언편'(樂言篇)은 『예기』 「악기」의 다섯번째 음악학적 해석이다. 지금까지 네편의 글은 음악의 기원을 심본설(心本說)에 두고, 음악이 우주의 원리와도 관계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올바른 음악인 악(樂)을 작곡해야 하고 이를 백성들이 들어야 한다는 우주론적 관점에서 설명하였다. 본 호(『음악과 민족』 제11호)에 연재되는 '악언편'도 우주론적 관점을 가지고 음악을 이해하는 『禮記』 「樂記」의 근본적인 틀 속에서 논리를 전개해 나갈 것이다. 「악기」의 음악관에서 전제가 되는 것은 '외물(外物) → 마음(心) → 마음의 움직임(心動) → 몸의 움직임(身動) → 우주와의 합일'의 관계로 생각하는 것이다. 외물(外物) 즉 외적 자극이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미쳐 변화를 일으키고 그에 따라 몸도 움직이며 이것은 다시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주어 사회전체의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이것은 생물이 성장하고 자라는 자연의 법칙, 나아가 우주전체의 질서에도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생각이다. 우주의 기(氣)인 양기(陽氣)와 음기(陰氣)가 사람의 음악적 생활과 관련이 있으므로 사람의 삶이 윤리적 한계를 벗어나게 될 때 우주의 기(氣)도 쇠약해지고 혼란을 가져와 동물과 식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악기」는 '악언편'에서도 같은 전제 아래 음악이 사람의 마음(心)을 움직일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왕조가 나라를 창건하면 반드시 음악을 작곡하여 나라의 번영을 위해 천지신명(天地神明)에게 제사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이 때 대표적인 중국 고대의 음악을 '6악'이라 하는데, 여기에는 황제가 지은 곡을 운문(雲門), 요왕이 지은 곡을 함지(咸池), 순왕이 지은 곡을 대소(大韶), 우왕이 지은 곡을 대하(大夏), 탕왕이 작곡한 곡을 대호(大濩), 주나라 무왕이 지었다는 대무(大武) 등의 여섯가지가 있다. 이 6악과 같은 음악은 당시 위정자나 학자들에게 호평을 받았으나, 정나라와 위나라의 음악은 사회를 혼란시키는 음악이라 하여 비난을 받았다. 「악기」 '악언편'은 음악의 중요성을 음악과 사람의 심성(心性)과 관련하여 성(性)과 정(情)의 측면에서 좀 더 자세히 말하고 있다. 동양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음악이 사람의 심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그리스의 철학에서부터 있어 왔음은 이미 『음악과 민족』의 『예기』 「악기」의 음악학적 해석에서 언급하였다.1) 이제 「악기」 '악언편'의 번역과 음악학적 해석을 하면서 원문은 '악본편'·'악론편'·'악례편'·'악시편'과 마찬가지로 『예기대문언독』(禮記大文諺讀)을 따른다. 음악학적 해석은 본문의 내용에 따라 여러가지를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악언편' 전체를 묶어서 푸는 방법을 택하면서, 음악사회학적 측면에서 음악의 교화성, 음악과 절제의 두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할 것이다.

  2. 번    역

夫民이 有血氣心知之性하고 而無哀樂喜怒之常하야 應感起物而動이라 然後에야 心術이 形焉하나니 是故로 志微초殺之音이 作하면 而民이 思憂하고 탄諧慢而繁文簡節之音이 作하면 而民이 康樂하고 粗려猛起奮末廣賁之音이 作하면 而民이 剛毅하고 廉直勁正莊誠之音이 作하면 而民이 肅敬하고 寬裕肉好順成和動之音이 作하면 而民이 慈愛하고 流벽邪散狄成滌濫之音이 作하면 而民이 淫亂이니라.

사람은 몸에 혈기를 지니고 있으며 마음은 지각(知覺)할 수 있는 본성(性)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기쁨·노여움·슬픔·즐거움(喜·怒·哀·樂)의 표출은 일정한 틀을 가지고 항상 동일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외물(外物)이 사람의 마음에 작용하여 느낌을 유발하게 되면 마음이 움직이고 그렇게 됨으로써 희·노·애·락을 느끼는 정(情)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악곡의 탬포가 빠르고 선율이 통속적이며 슬프고 저음선율로 구성된 곡을 작곡한다면 그것을 듣는 사람은 슬픈 생각으로 인하여 우울해질 것이고, 템포가 느리고 선율이 부드럽고 여유가 있으며 가사는 많으나 선율이 간결하여 듣기 쉬운 음악을 듣게 되면 사람의 마음은 이에 반응하여 편안하고 즐거워질 것이다. 그리고 선율의 처음부분은 거칠고 격렬하고 중간부분은 광대하고 분격하게 진행되다가 성대하고 날카롭게 끝나는 형식의 음악을 들으면 그 사람의 마음은 굳세어지고 굽힘이 없어지고 강해질 것이다[剛毅]. 또 선율이 모가 나고 강직하며 엄숙하면서도 바르고 장엄한 음악을 들으면 사람의 마음도 그만큼 엄숙해지고 공경을 알게 될 것이며, 선율이 너그럽고 여유가 있을 뿐 아니라 중후(重厚)하면서도 둥근 구슬처럼 원만하고 아름다우며 순서에 맞게 조화를 이루는 음악을 듣게 된다면 사람의 마음은 자애(慈愛)롭게 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선율의 진행이 산만하고 빠르면서도 흩어지고 들떠있으면서 음을 길게 끌어 관능적인 느낌을 유발하는 음악을 듣는다면 사람의 마음도 역시 이에 영향을 받아 감정의 자제력을 잃고 음란(淫亂)하게 되는 것이다.

是故로 先王이 本之情性하며 稽之度數하시며 制之禮義하시며 合生氣之和하시며 道五常之行하야 使之陽而不散하며 陰而不密하며 剛氣不怒하며 柔氣不攝하야 四暢交於中 而發作於外하야 皆安其位 而不相奪也 然後에아 立之學等하야 廣其節奏하며 省其文采하야 以繩德厚하며 律小大之稱하며 比終始之序하야 以象事行하야 使親疏貴賤長幼男女之理ㅣ 皆形見於樂하니 故로 曰호대 樂觀이 其深矣니라.

선왕(先王)은 이러한 기본적 음악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음악에 관한 제도를 제정할 때 성정(性情)의 조화에 바탕을 두고 오음(五音)십이율(十二律)2)을 고안하였다. 선율의 맑고 어두움(淸濁)·높고 낮음(高下)·귀하고 천함(尊卑)·올라가고 내려감(隆殺)에 대한 기준을 정하여 음악이 우주만물의 기(氣)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의 덕(德)을 이끌어 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우주의 기(氣) 중에서 양기(陽氣)는 분산되지 않게 하고 음기(陰氣)는 너무 조밀하지 않게 하여 밀폐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굳세고 강한 기상(氣象)은 지나치게 표출되지 않게 하고, 부드럽고 온화한 기상은 두려워 움츠려들지 않도록 하였다. 우주의 음양(陰陽)과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강(剛)함과 부드러움(柔)이 서로 통하여 합일(合一)을 이룬 것을 밖으로 나타나게 하여 각각의 위치가 안정되고 서로의 균형을 잃지 않게 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원칙에 맞는 진정한 음악인 악(樂)의 개념을 확립한 후에 음악교육을 관장하는 학관(學官)과 음악을 학습하는 교육과정을 제정하여 학자들은 음악을 연구하고 가락을 전개하여 악곡을 늘리며, 그 악곡의 변화와 아름다움을 성찰하여 덕의 기준을 바르게 설정하여 사람의 마음이 음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오음십이율의 크고 작음을 바르게 측정함으로써 선율의 처음과 끝의 순서를 바르게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음(五音)과 인륜(人倫)의 관계가 바르게 확립될 수 있게 하였으며, 서로 친하여 가깝거나 친하지 못하여 거리가 멀어짐[親疎]·귀하고 천함[貴賤]·나이가 많거나 어림[長幼]·남녀의 도리 등을 모두 음악에 표현하여 나타나게 하였다. 음악이란 단순히 즐겁기 위하여 연주하거나 귀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음악을 통하여 군자(君子)가 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은 심오한 뜻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음악을 악(樂)이라 하는 것이다.

土폐則草木이 不長하고 水煩則魚鼈이 不大하고 氣衰則生物이 不遂하고 世亂則禮慝而樂淫하나니 是故로 其聲이 哀而不莊하며 樂而不安하며 慢易以犯節하며 流면以忘本하야 廣則容姦하고 狹則思欲하야 感條暢之氣하고 而滅平和之德하나니 是以로 君子ㅣ 賤之也하나니라.

땅의 힘[地力]이 다하여 쇠약해지면 식물이 자랄 수 없고, 물의 흐름이 빠르거나 그물로 자주 물고기를 잡아 물의 흐름이 일정하지 못하여 자연계의 평형이 깨어지면 물고기가 성장할 수 없다. 또한 음양의 기(氣)가 약해지면 생물은 제대로 생성(生成)할 수 없으며, 세상이 혼란스러워지면 예(禮)가 허물어지고 음악도 역시 음란해진다. 다시말해 음악소리가 슬프거나 음악이 갖추어야 할 장엄함과 공경스러움을 갖추지 못한다면 음악이 불안해지고 우주의 질서가 흩어지는 것이다. 그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은 방종하게 되어 절도(節度)를 잃게 되고 예에 어긋나게 되며,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여 술에 빠지거나 탐닉함으로써 사람의 근본도리를 망각하게 되는 법이다. 이와 같은 음악이 완만하고 소리가 크면 간악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이며, 음악소리가 급하거나 빠르고 소리가 작을 때는 탐욕적인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음악은 우주와 상통하는 기(氣)를 손상시켜 사람의 마음에 있는 덕스러움을 소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군자(君子)는 천한 음악이라고 하는 것이다.

3. 음악학적 해석

1) 음악의 교화성

고대의 음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종교적인 측면이 강했기 때문에 사람을 교화시키는데 이용되어 왔다. 음악을 통하여 사람을 바르게 이끌 수 있다는 생각은 동서양이 맥을 같이 하지만 음악에 대한 생각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근본적인 차이는 음(音)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비롯된다. 서양은 음을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함으로써 음악을 사람의 소유물로 인정한 반면, 동양은 음을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 이미 존재해 있는 음들 중에 사람이 뽑아서 사용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즉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음이 항상 흐르면서 산재(散在)하고 있으나 이러한 음들을 사람이 모두 들을 수는 없다. 그 중에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도 있고 듣지 못하는 음이 있으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음은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음들 중에서 선택하여 음악가가 자신의 재능과 역량을 가지고 조화있게 순서를 정하고, 이를 음악에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음악이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며 우주의 질서를 의미하고 있는 '우주 그 자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음악을 잘못 사용하면 그것이 사람의 심성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고, 그것이 우주 전체의 조화에 영향을 줌으로써 생태계의 균형이 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여기에서 음악의 사회적 역할이 대두하게 된다. 서양의 음에 대한 생각은 동양과는 궁극적으로 다른 점이 있으나 음악이 심성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 것은 피타고라스학파일 것이다. 피타고라스(Pythagoras B.C.582?-497?)는 '만물은 수적 조화 위에 성립한다'는 철학원리에 의하여 음계의 각 음에서 그 수적(數的) 관계를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특히 '음악은 만물의 조화를 표현한다'는 지론에 따라 음악을 여러 학과 중 최상의 위치에 두었다.3) 그의 음악관과 4음정비율설4)은 우주와 인간정신이 동일한 수적 비율관계로 조화롭게 움직인다는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음악은 이러한 수적 원리를 통하여 우주질서를 모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정서와 성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음악이 엄격한 전통적 질서를 파괴하고 요란한 새 형식을 추구하여 통제가 불가능한 주관주의로 치달을 때에는 커다란 위험이 따른다고 경고한다.5) 이러한 피타고라스학파의 생각은 피타고라스 이후로 그리스 음악사상의 중심이 된다. 이것은 균형을 뜻하는 조화의 개념으로서 높은 음과 낮은 음의 적절한 조절을 통하여 조정과 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스의 조정과 화합에 대한 생각은 서양 윤리학의 중심을 이루었던 중용 또는 중도의 개념으로 이어진다.6) 이러한 그리스 사람들의 사고(思考)는 「악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서양은 악기와 음악적 표현력의 발달 그리고 주관을 배제한 가치중립적 학문추구의 영향으로 인하여 음악미에 주된 관심을 가짐으로써 삶을 위한 음악으로 발전한다.

한편 중국에서는 음악에 대한 중요성이 주로 의식에서 강조되었다. 당시에는 역(易)·춘추(春秋)·예(禮)·악(樂)을 가르치고 있었지만 그 근본을 모두 예에 두었다. 공자에 의하여 확립되었다고 인정되는 유교적 세계관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중심으로 사회질서를 회복하는 일에 관심을 두었다. 즉 개인적으로는 도덕적 인간의 이상인 인(仁)을 체득하는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예를 정립하는 것이 주요 관심사였다. 이 예는 음악을 이루는 근본요소로 이해되었기 때문에 예를 알고난 다음에 악(樂)을 익혀야 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것은 당시 중국의 교육의 목적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의 교육목적은 인(仁)을 근본으로 하는 군자(君子)를 양성하는데 있었다. 이 인(仁)은 남을 사랑하며 남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인(仁)·의(義)·예(禮)·지(智)·신(信)의 통일체로써 계급의 상하를 막론하고 일반서민에게도 강조되었다. 따라서 교육이념인 인(仁)을 바탕으로 군자 또는 성인(聖人)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맹자(孟子)도 공자의 인(仁)정신을 발전시켜 성선설(性善說)을 구체적으로 논증하면서 인의예(仁義禮)를 겸비한 군자의 양성에 목적을 두었다. 자사(子思)에게 있어서도 교육은 천도(天道)를 닦는 것으로 인정되면서 도(道)가 우주의 근본원리인 동시에 자연의 이치로 간주되었고, 여기에 인간 본연의 바탕인 성(性)을 계발하는 것이 강조되었다. 음악은 이러한 교육목적에 맞도록 연주되고 작곡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음악미보다는 사회적 차원에 교육성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음악을 삶의 표현이라기 보다는 예를 또는 심신(心身)을 수양하는 도구로 생각될 수밖에 없었다. 서양에서의 예술은 르네쌍스 이후 인간의 창조력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하여 신의 영향에 의한 창조가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동양은 처음부터 하늘[天]의 영감에 의한 신탁의 결과로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동양은 사람의 마음[人心]을 하늘의 마음[天心]과 동일시 했기 때문이다. 음악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이러한 생각이 적용되어 사람과 우주를 유기론적 관점에서 이해하였기 때문에 소우주인 인간이 구성하는 사회가 올바른 질서를 가지지 못하면 우주질서도 어긋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음악의 존재가치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덕성을 계발하여 덕성(德性)을 회복하는데 활용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덕과 천성(天性), 인간과 우주라는 관계에서만 인정되었다.

2) 음악과 절제

공자가 음악을 중요시한 전통은 공자 이후의 중국학문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공자는 악(樂)을 음악의 본질과 인(仁)의 본질 사이를 연결하는 매개체로 보고 그 역동성을 화(和)로 파악하였다. 화란 고르고 조화롭고 순조롭다는 뜻으로 경서(經書)에 의하면 화(和)라는 것은 어긋나는 마음이 없는 것이고 군자(君子)의 모습이라 하여 소인(小人)의 모습과 엄격히 구분되고 있다.7) 또한 『중용』제1장에 기뻐하고 노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는 정(情)이 표출하지 않은 것을 중(中)이라 하고, 이러한 정이 표출되었지만 절도에 맞는 것을 화(和)라고 보았다8). 『악학궤범』서문에 '악이 천지의 중화(中和)를 얻으면 질서에 맞게 되어 제자리를 얻게 되지만 만일 중화(中和)를 잃게 되면 사람의 마음이 음일(淫溢)해져서 간사한데 흐르게 된다'는 것과 같은 중화(中和)에 대한 개념들은 공자의 음악사상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공자가 관저(關雎)의 음악을 평가할 때처럼 악(樂)에 있어서 감정의 극단적인 표출이 아닌 중용적인 것을 이상으로 삼은 관점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는 악(樂)이 심정의 발로로써 극단적인 감정 표출을 삼가하고 과도함이나 부족함이 없는 적절하고도 절도있는 표현을 존중하는 공자의 중용적(中庸的)인 일면을 나타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자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행위에서 나타나는 과도함이 갖는 불완전성이나 부족함에서 오는 불완전성은 모두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불완전으로 간주된다.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자장(子張)과 자하(子夏)는 어느 편이 보다 우수한지를 묻자 "자장은 과도하고 자하는 불급하다고 평하면서 과도한 것은 불급한 것과 같다"9) 하여 중용(中庸)의 덕(德)이 악(樂)뿐만 아니라 인간의 행동에 있어서도 기준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공자는 음악에 있어서도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가 있어야 하지만 방탕해서도 안되며 또한 지나치게 감상에 젖어 있어서도 안된다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그는 관저(關雎)의 음악을 평할 때 음탕하지 않고 속상하지 않는 즐거움이 중화(中和)의 음악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음악이 인생을 즐겁게 한다고 보았다. 음악이 미적표현과 표현의 절제를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관점은 '악언편'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음악소리가 슬프거나 음악이 갖추어야 할 장엄함과 공경스러움을 갖추지 못한다면 그 음악은 불안해지고 우주의 질서도 흩어지는 것이다. 그에 따라 사람들의 행동은 방조하게 되어 절도를 잃게 되고 예에 어긋나게 되며,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여 술에 빠지거나 탐닉함으로써 사람의 근본도리를 망각하게 되는 법"10)이라 함으로써 음악미만을 위한 음악을 거부하고 있다. 공자는 선정(善政)을 베푼 순(舜)의 악곡인 소악(韶樂)은 진선진미(盡善盡美)하다 하여 높이 평가하고 석달동안이나 육미(肉味)를 알지 못할 만큼이나 소악(韶樂)의 훌륭함에 감동하였다고 한다11). 음악미는 예술의 범주에 속하고 선은 도덕의 범주에 속한다. 그러므로 좋은 음악의 조건은 '음악미 + 도덕적 선'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순(舜)임금은 요(堯)임금으로부터 평화적으로 제위(帝位)를 물려받았으므로 음악도 진선진미하다고 보았다. 이 말은 음악과 정치가 상호 역동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치가 안정됨에 따라 음악도 선율이 부드럽고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곡들이 많이 연주된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그럼 이처럼 음악에 있어서 절제를 요구한 까닭은 무엇인가? 공자가 그의 사상을 펼친 시기는 주왕조가 실권을 잃었고 군웅이 할거하던 춘추전국시대였다. 당시는 사회질서가 극도로 문란하였으며 중국의 주위에는 문화를 모르는 민족이라고 말하는 구이(九夷:야만국)에 둘러쌓인 상황에서 주문화의 부흥을 갈구했던 공자는 사회질서를 회복하기 위하여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주창하면서 예(禮)와 악(樂)의 생활을 강조하였다. 공자가 강조한 음악은 제사때나 다른 의식시에 연주하는 의식음악이었으며 공자의 예악사상에 영향을 받은 한국의 전통음악 중 아악(雅樂)·정악(正樂) 등 궁중음악도 모두 예식을 위한 음악, 즉 예악(禮樂)에 속한다. 이 예악을 공자는 도덕적 정서함양과 인격형성에 절대적인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인식하고 이의 보급에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정나라와 위나라의 음악을 좋지 못한 음악으로 말하는 것은 그 나라의 의식음악에 문제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 나라의 표본이 될 의식음악이 템포가 너무 빠르거나 선율의 변화가 급격하였다면 의식의 엄숙함에 저해요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공자가 이러한 의식음악을 중시한 것은 수신(修身)에서 나아가서 치국(治國)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으므로 공자의 음악을 치악(治樂)이라고 한다. 이 때의 치악은 무감정적 정화(淨化, Abgekrartheit)의 음악을 요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공자의 생각은 음악이 치국(治國)의 도구로서 중요할 뿐 아니라 위대한 음악은 우주를 움직이는 조화와 그 원리를 같이 한다는 우주론과도 관련됨으로써 인간본성의 회복에 활용될 수 있다는 데까지 발전하였다. 인간은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정(情)을 가지고 살기 때문에 예(禮)만으로는 이러한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된다. 사회를 화해적인 분위기로 만들고 인간생활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기 위하여 음악 또한 필요한 것이지만, 감정의 표현을 위주로 하는 음악보다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악을 더 요구되었다. 다시말해 악(樂)의 본질과 도덕적 본질 - 道·德·善·仁 등 - 이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음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악과 사람의 심성과의 관계는 플라톤(Platon B.C. 427-347)의 『국가론』(Politeia)에서도 찾을 수 있다. 플라톤은 인간의 몸은 체육단련으로 마음은 음악으로 교육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선법 중에서도 리디아 선법과 믹소리디아 선법은 처량한 곡조이거나 술자리에 맞는 곡조라하여 남성은 물론 여성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도리아와 프리기아 선법을 많이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12) 또한 플라톤은 어릴 때부터 아름다운 이치를 닮고 정답게 느끼며 그것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음악과 예술교육은 중요하다고 하였다. "장단과 곡조는 영혼 깊숙히 들어가서 영혼을 강하게 하는데, 만약 사람이 바르게 키워지면 음악으로 우아함을 만들어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전혀 반대의 것을 만들기 때문에 음악의 육성(育成)은 중요하지 않은가?"13)라는 생각에서 음악으로 바르게 키워져야 함을 말하고, 영혼 안에 있는 아름다운 성품과 바깥 모습이 같은 유형에 일치하며 조화를 이룬 아름다움이 함께 있을 때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하였다. 그는 음악교육의 참다운 목적은 조화잡힌 좋은 인격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며, 인간의 비뚤어진 열정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함으로써 음악적인 도야의 목적이 쾌락이 아니라 선미(善美)의 올바른 모방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플라톤의 음악 윤리성은 「악기」와 마찬가지로 음악이 인간의 심성에 많은 영향을 미침을 나타내는 것으로 고대사회의 음악은 정치 또는 사회질서 유지에 중요한 요소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악기」와 플라톤의 이론을 오늘의 상황에 맞추기는 미흡한 점이 있다. 그러나 음악은 미적 감정을 도야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방편인 동시에 도덕교육을 위한 필요한 교과임을 주장한 플라톤이나 음악이 인간을 선(善)으로 이끌 수 있다는 「악기」의 생각은 인간 내면의 발산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의 대중적 음악의 상황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음악이 줄 수 있는 심성적 측면을 되새겨볼 길을 제시하고 있음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로 지적된다.


<각주>

1) '악본편'은 『음악과 민족』 제2호, '악론편'은 제4호, '악례편'은 제5호, '악시편'은 제7호에 실려있다.

2) 5음은 宮·商·角·齒·羽의 다섯소리이고, 12율은 한국과 중국에서 사용한 황종·대려·태주·협종·고선·중려·유빈·임종·이칙·남려·무역·응종이다.

3) 韓國音樂敎材硏究 옮김(供田武嘉津 지음), 『世界音樂敎育史』(서울:世光音樂出版社, 1985), 47쪽.

4) 피타고라스 조율이론은 5도 관계의 음들은 1차 근친관계이고, 2개의 5도를 쌓아서 만든 음정의 두 바깥음은 2차 근친관계이다. 피타고라스 5도는 2 : 3의 비율을 갖는데, 이것은 현을 나누어 증명하며, 순수5도로서 지금 사용되는 평균율 5도보다 약간 더 크다(700센트에 비해 720센트). 피타고라스 4도 역시 순수음정이지만, 평균율 4도보다 약간 작고 5도와 합하여 옥타브를 이룬다. 홍정수·조선우 편저, 『음악은이』(서울:세광음악출판사, 1990), 89쪽.

5) 홍정수·조선우 편저, 『음악은이』, 175쪽.

6) 이명숙·곽강제 옮김(B.Russell 지음), 『서양의 지혜』(서울:서광사, 1991), 32-33쪽.

7)『論語』「子路」의 朱子 註 "和者, 無乖戾之心...子曰 君子 和而不同."

8) "喜怒哀樂之未發 謂之中, 發而皆中節 謂之和."

9)『論語』「先進」"子貢 問師與商也 孰賢 子曰 師也過 商也不及."

10) 『禮記』 「樂記」 '樂言篇', 본문 번역 참조.

11)『論語』「八佾」"子 謂韶盡美矣 又盡善也. 謂武盡美矣 未盡善也."

12) 조우현 옮김(Platon 지음), 『국가/소크라테스의 변명』(서울:삼성출판사, 1994), 122쪽.

13) 위의 책, 126-127쪽.

종광
넘 어려워염^^ 하지만 내용은 굿!

01·08·02 00:12 삭제

     
번호       제 목 이름 작성일 조회
  풍물굿에 대하여 (1)
 홍기성
01·07·15 4945
  논어(제23강) `개벽과 동학`
 홍기성
01·07·15 4784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GGAMBO
자동로그인
 
CopyRight (c) 충북대 민속연구회, All Right Reserved.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개신동 산48번지 충북대학교 민속연구회 (361-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