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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문화에 대한 담론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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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07·15 00:50 | 조회 : 3,074 |


1. 머리말

 '민속' 또는 '민속문화'라는 용어에는 '전통성'이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전통은 민속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민속학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 중의 하나이다.

 1960년대 이후 많은 민속학자들은 전통이 과거로부터 뿌리한 문화적 유산이란 관점 대신에 현재에 상징적으로 구성된 것이라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은 과거와 현대화의 행위에 있어서의 연속성과 또는 비연속성의 주장은 항상 주관적인 평가의 소산이라는 인식이다.

 레이몬드 윌리암스에 의하면, 전통은 과거의 잔재가 아니라 현재의 시점에서 활동 중인 문화적 힘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전통은 그 자체가 아니라 선택적 전통( a selective tradition)"이라고 한다. 선택적 전통은 "과거와 현재를 포함한 모든 시대로부터 특정한 의미와 관행이 특별히 강조되고 선별되며 따라서 다른 의미와 관행은 무시되거나 제외된다." 그리고 "어느 특정한 헤게모니 안에서 그 결정과정의 하나로서 이 선택과정은 '전통', 혹은 '의미 있는 과거'로서 제시되며 또한 성공적으로 인정된다.

 선택된 전통은 이데올로기적 산물로서, 그것이 존재하고 있는 정치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문화란 단순히 법칙으로서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를 달리하는 이데올로기에 의하여 정치적으로 재 규정되고 재해석되면서 재생산되는 갈등과 경쟁의 "과정"속에서 파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민속문화는 윌리암스가 말하는 선택적 전통과 같이 특정한 역사적 맥락에서 창출된 것으로 역사적 산물이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민속문화들이 역사적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창출된 것들이다. 이러한 창출(invention의 역어로 날조를 의미하는 fabrication 조차도 포함하는 문화 서술상의용어)은 식민지 시기의 문화와 사회에 대한 민족지적인 서술이라든지 식민 지배로부터의 독립 후에 '민족 국가 만들기'의 과정에서 민족 및 전통문화의 재발견과 재해석을 통하여 정치, 사회, 경제, 문화활동상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역사적 맥락에서 선택적으로 창출되는 전통은 특정한 담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속문화 연구는 크게 식민담론과 민족담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전자는 일제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형성된 것이고, 후자는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일깨워 민족의식을 고취하려는 목적으로 형성되었다. 특히, 민족담론은 일제 강점기로부터 현재까지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족담론은 1)식민담론의 대항담론으로서의 민족담론 2) 해방 후 관 주도하의 전통담론 3) 민중적 저항세력을 기반으로한 민중담론 등으로 나타난다.

 민속문화의 지배적인 담론들이 어떠한 역사적 맥락에서 선택적으로 구성되었는지 그 양식과 전략을 규명해보려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2. 식민담론

 식민담론은 식민지배 이데올로기를 조직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형성되었다. 식민지 지배의 정당화를 위한 식민담론은 전 근대 역사에 대한 해석에서 비롯되었다. 식민담론은 임나일본부에 대한 주장이나 중국 사에 종속적으로 위치 지움으로서 역사상 독립성의 결여를 상조하였다. 이는 식민지배의 의의를 정당화 시키는데 역사, 즉 과거적인 사실이 커다란 역할을 수행하였음을 의미한다. 식민지배의 권위를 정당화하는데 과거적인 사실은 과거가 가지고 있는 영원성과 신 성성이 결부되어 과거적인 사실은 진리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수행하였다.

 일제 강점기의 민속연구는 주로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들의 담론양식은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과 같은 식민지배 이데올로기를 조직적으로 실행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이는 조선과 일본의 인종적 동질성과 고대 문화적 교류를 증거할 뿐 아니라, 피식민지인 한국의 문화적 열등성과 한국인의 식민지 민족으로서의 역사적 운명을 논증하기 위한 자료로 이용되었다.

 이 시기의 민족연구는 주로 무속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아끼바가 주도한 무속연구는 한국사회의 후진성과 정체성을 드러내고, 확증하기 위한 담론전략이었다. 그는 무속이 농촌사회에 기반은 두고 있으며, 또한 농촌이 한국 문화를 대표한다는 가정을 확대 해석하여 '한국 무속의 농촌성'으로부터 '한국사회의 농촌성'이라는 결론을 유도해 냈는데, 이것이 그의 식민 담론의 성격을 규정한다. 이는 한국이 처한 후진상태의 피식민지 상황을 기정 사실로 보고, 그 문화적 사회적 정체성과 함께 정체된 상태의 불변성을 확증함으로써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아끼바의 무속연구는 한국의 일본화, 즉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정치적 훈육(discipline)을 위한 역사적 담으로서 식민사관의 확립에 기여했다.

3. 민족담론

 1920년대 형성되기 시작한 민족담론은 당시 지배담론인 식민담론에 대항하기 위해 창출된 담론양식이다. 1919년은 한국 근대사에서 이른 바 '민족'의식을 일깨워 주었던 계기가 되었다는 면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잇다. 그러한 '민족'의식의 각성이 한편으로는 일부 지식인들에 의한 전통의 창출을 통하여 전개되었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지식층들은 전통문화의 부활을 명분으로 내세워 민족적인 의식을 일깨우는 데 선봉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식민담론이 식민지 주체의 문화적 자주성을 전략적으로 부정한 것이었다면, 1920년대에 최남선, 이능화, 손진태를 비롯한 민족주의 학자들의 민속연구는 식민담론에 대항하는 담론양식이었다. 이 시기의 민족주의적 학자들은 문화적 동화론을 지지했던 일본인 학자들에 반대하였고, 더 나아가 식민지배 문화인 일본 문화와는 다른 '조선 문화'의 독자적 기원과 발전을 의도적으로 찾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민족적 주체성을 표현할 한국 고유의 문화적 내용을 일제 식민 이전 역사의 잔존물인 문화재에서 찾았는데, 최남선은 한국의 독자적인 국가의 기원을 단군신화에서 찾았고, 이능화는 무속에서, 손진태는 토착적 민중문화에서 모색했다. 특히, 최남선과 이능화가 주목한 것은 무속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은 식민담론과 전혀 상반되는 의도와 동기에서 시작되었으나, 민속문화에서 만국문화의 고유성을 발견한다는 담론전략은 식민담론과 다를 바 없었다.

 식민담론의 서사전략이 식민주체의 타자화에 있었다면, 1920년대의 민족담론은 식민문화에 대한 제한적 탐색의 허용이라는 상황에서 일본 문화로부터 조선의 문화를 구별해 내는 차이성의 재현에 목적을 두는 대항 담론이었다.

4. 전통담론

 1960년대 이후 전통문화와 관련된 분야에서 국가주도의 또 다른 민족담론이 형성되었다. 이 시기의 담론양식을 국가적 전통담론이라 할 수 있다. 국가적 전통담론은 전통문화의 붕괴와 부활이라는 모순을 안고 있었다. 60년대 정부가 근대화 운동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전통문화를 후진사회의 잔재이며 근대화 작업에 부정적인 요소라 비판하여 많은 민속문화를 파괴하는 한편, 전통문화의 부활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하였다. 즉 근대화의 장애물로 여겨졌던 전통문화가 민족의 정체성과 고유성의 상징으로 부활한 것이다.

 국가의 재정에 의하여 추진된 고고학적인 발굴과, 국립 박물관을 중심으로 국가의 연속성과 관련된 과거가 가시화되어 '민족의식'에 대한 상상을 유발시켰다. 특히 이 시기에 전국적으로 개최되기 시작한 향토 문화제의 경우 제도권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관람하고 참가하는 사람들은 과거로부터 연속성 여부에 대한 의문을 일으키지 않았다. 또한 문화재 보호법을 만들고 인간문화재 제정 법안도 만들었지만 그것은 모든 유형 및 무형문화재를 정부의 강력한 통제 아래에 두는 작업이었다. 독립된 국가정부에 의한 문화재의 관린권의 장악은 문화에 대한 일종의 독점행위였다. 그 결과로서 문화는 정치적 목적에 의하여 평가되고 변형되게 되었으며 이는 곧 전통문화 및 예술의 "박재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일제 강점기에 전통문화 창출은 한민족의식의 고양이었고 그것이1960년대의 역사적 전환점에서 끊이지 않고 근대화의 추진과 더불어 변증법적으로 전통문화의 붕괴와 부활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한 변증법적인 문화정책은 비정통성의 정부의 갈등과 모순을 보여준 것이었다. 식민시대의 민족담론과 탈 식민시대의 국가 중심의 전통담론은 식민시대의 유산인 식민 담론에 대한 '전복'의 효과를 기본 전략으로 하는 근대주의(modernism)에 속한다.

5. 민중담론

 민중담론은 1960년대 이후 형성된 관 주도의 전통담론의 대항담론으로 형성된 다른 유형의 민족담론이다. 문화창조의 에너지를 박물관화 표준화하는 국가의 전통담론에 저항하면서 형성된 민중담론은 전통의 위기를 인식하는 태도에서 근대적 민족 담론과 구별된다.

 60년대 혁명정부는 민족 문화 전통의 재건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일이 지남에 따라 특히, 한일협정의 체결 이후에 화서는 정부가 외래문화 유입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정부에 의한 전통문화의 정치적 이용은 젊은 세대들에게 민족의 아이텐티티와 문화의 전통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되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서 '국학'의 기치 아래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운동이 조직되기 시작하였다.

 1960-70년대 전반에 대학 연극인을 중심으로 전개된 마당극 운동은 당시 국가 권위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학생운동에서 시작되어, 80년대에는 마당굿, 민족굿 운동으로 대중화되면서 민속문화의 전통은 민중의 저항세력의 기반으로 재 창조되었다. 특히 70년대이래 반체제 운동가들이 그들 특유의 부분문하를 생산해 내고 그것을 마당극이라는 특수한 형태로 수용 또는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그것은 정치적 담론의 수단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마당극은 선택적으로 창출된 전통문화의 부활이었다. 마당극은 이 시기 가장 이상적인 대안으로 선택되어 "자주적이고 평등한 사회"의 핵심적 상징이 되었다. 이론적으로 '민중문화운동론'으로 정리된 이 운동은 저항적 민중을 기반으로 하는 민족담론의 한 유형으로서 관 주도의 전통담론과는 대립적 관계를 갖고 있으나, 한국 문화의 고유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담론전략을 취하고 있다.

 60-70년대의 문화운동은 반식민주의적 행동으로서 문화적 전통과 아이덴티티를 회복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면, 70년대와 80년대에 들어서는 이 분야에서의 문화운동은 더욱 정치 지향적이 되었고 특히 대학생 사회에서 대중성을 증가하였다. 대학생들의 민중 연행예술은 정치적 상징성을 띈 조작을 통하여 그들의 혁명적인 이념을 확산시키고 표출하는 새로운 기제를 창출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대의 마당극은 이데올로기 생산 기제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었다. 따라서 그 부문에서의 활동은 이제 단순히 전통문화의 재현이나 발굴에 관심 있는 학생과 학자들의 영역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 및 정치적 이념을 생산해 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극적인 효과를 가능케 해주는 생산 및 교육의 기제인 것이다.

6. 맺음말

 역사적인 상황은 종종 상반되는 담론을 만들어 낸다. 그러한 담론은 역사적인 상황을 정당화시키는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였다. 타자(他者:othemess)를 전제로 한 민족 아이텐티티에 관한 담론은 과거와 연결된 전통문화를 토대로 하였다. 과거는 민족의 연속성과 역사적인 사실의 신성성, 신빙성을 재현시키는 커다란 요소였다. 다시 말하면, 담론은 의미작용의 사회적 형식이며, 전통문화는 담론을 통해 선택적으로 창출된다. 창출된 전통은 특정의 의미와 간행은 특별히 강조되고 다른 의미와 관행은 무시되거나 제외된다.

 민속문화 또한 역사적 맥락에서 재 규정되고 재해석되면서 선택적으로 창출되어 왔다. 창출된 민속문화는 역사적 상황을 정당화는 가정에서 신비화되고 왜곡된다. 우리는 더 이상 전통사회에 살고 있지 않다. 이제 민속문화를 신비화하기를 멈추고, 민속문화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담론의 껍질을 벗겨야 한다. 즉 헤게모닉 담론에 대한 대항 담론을 반복해서 만들기보다는 민속문화에 관한 담론 자체를 해체하고, 민속문화의 동시대성(contemporaneity)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참고 문헌#

E. Shils, 김병서·신현순 역, 『전통』, 민음사, 1992.

E. Hobsbawm/ T. Ranger, 최석영 역, 『전통의 날조와 창조』, 서경문화사, 1995.

김성례,「무속전통의 담론 분석」, 『한국문화인류학』22집, 한국문화인류학회, 1990.

김광억,「정치적 담론기제로서의 민중문화운동」, 『한국문화인류학』21집, 1989.

임돈희, 「전통의 새로운 개념:전통의 구성」, 『비교민속학』11집, 비교민속학회, 1994.

최석영, 「전통의 '창출'과 민족주의」,『비교민속학』12집, 비교민속학, 1995.

 

<본 글은 민속연구회 10기 이종택 선배님께서 안동대 민속학과 재학중 쓴 논문임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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